미래 도시의 네 가지 열쇳말…포용성, 공공성, 창발성 그리고 회복 탄력성

관리자
2020-01-29

[연속기고] 지속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 ⑥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스마트시티’ 바람
공동 목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
사회 공동체의 행복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필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및 정치적 권리 중요

2017년 6월 서민층과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영국 런던의 공공임대주택 그렌펠타워에서 불이 나 수십 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같은해 발생한 우리나라 충북 제천의 복합상가 건물 화재 사건과 마찬가지로 안전한 도시 구축을 위한 공공의 재정지출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벌어진 인재였다. 위키피디아

2017년 6월 서민층과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영국 런던의 공공임대주택 그렌펠타워에서 불이 나 수십 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같은해 발생한 우리나라 충북 제천의 복합상가 건물 화재 사건과 마찬가지로 안전한 도시 구축을 위한 공공의 재정지출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아 벌어진 인재였다. 위키피디아


지난 2017년 6월 서민층과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영국 런던의 공공임대주택 ‘그렌펠타워’에서 불이나 수십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24층 높이의 이 아파트는 진입로가 1개뿐인 데다가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 우리나라에서도 충청북도 제천 지역에서 복합상가 건물이 불이 나 2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초기 투입된 소방대원들이 턱없이 부족했고 설계도면을 챙기지 않은 요인도 있었지만, 비상구를 적치물로 가로막은 행태 등 우리 사회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이와 같은 사건을 재해석해 보면, 안전한 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공공의 재정지출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할 경우엔 반드시 어디선가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도시화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안고 있다. 거대 도시는 상하수도, 교통, 에너지, 환경, 음식, 주택, 일자리, 문화, 비즈니스 등 다양한 기능이 집적되어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인구가 밀집된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거대 도시일수록 재화와 서비스의 한계가 발생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평등을 낳으며, 어느 한쪽의 집중은 다른 한쪽의 공동화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과연 도시의 혜택은 최대로 늘리면서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도시 내 다양한 요소들의 균형과 조화 이뤄야


지속가능성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특정한 과정이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인데, 유엔이 1987년에 발표한 ‘브룬트란드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을 일컫는 개념이다. 지속가능 발전은 미래 세대와 현세대 사이의 균형과 조화, 현세대 안에서의 사회적 통합, 인간과 자연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약속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성장과 함께 여러 사회집단 사이의 화합과 환경 보존이라는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지속가능 발전 목표(SDGs)는 2015년부터 지속가능 발전을 지구상의 모든 국가와 도시에 공통적으로 적용하도록 제시한 유엔의 대표적 정책이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환경과 발전 국제회의’를 개최한 이후 실행 계획을 세웠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지속가능 발전이나 지속가능 발전 목표에 얼마나 큰 관심이 있을까? 개발과 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이러한 정책에 익숙하거니와, 경제가 발전하면 더 많은 사람이 풍요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 온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발전이라는 용어에 관심과 무게중심이 쏠릴 만하다. 


그러나 개발주도형 경제는 후유증도 남겼다. 극심한 경쟁,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끊어진 계층사다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인 청소년 행복지수, 대기오염 악화,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이윤 추구, 최고의 자살률, 최저의 출산율, 환경오염, 젠트리피케이션 등 우리나라 경제 성공 신화에 드리운 그림자는 의외로 깊어지고 짙어졌다. 맹목적으로 추종해 온 경제성장 지상주의가 우리나라의 성장엔진을 여전히 떠받들고 있었지만, 이제는 기력이 쇠하여 더는 우리나라를 지속발전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포용성과 안전, ‘스마트 도시’의 첫걸음


지속가능 발전 목표 11번째(SDG 11)는 도시에 대한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거주지 조성’을 목표로 삼고 있어서다. 2019년 현재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서 살고 있으며, 그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일주일마다 100만 명 규모 도시가 한 개씩 생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도시 인구는 현재 40억 명인데, 2050년에는 65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류의 지난 4000년 역사 속에 형성된 도시 인구가 불과 30년 만에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SDG 11은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시민 누구나 적정한 주거가 보장되고 생계를 위한 기본적인 서비스를 받으며, 합리적 비용으로 안전한 교통체계를 이용할 수 있고 자연재해나 재난의 위험에 대비하며, 공공장소나 녹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기술적인 방법을 접목해 보다 편리하고 지능적인 도시로서 ‘스마트시티’를 강조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스마트시티는 ‘지능형의 물리적·사회적·제도적·경제적 인프라를 갖추는 것은 물론, 지속가능한 환경에서 시민들이 중심이 되는 도시’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자율차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선도적인 모델로서 세종 5-1생활권과 부산에코델타시티를 시범도시로 선정해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생각해 보건대, 이와 같은 새로운 도시 모델을 제안하는 것으로 사회적·경제적·환경적인 지속가능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막연한 상상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궁금증이 마음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차별 없는 세상, 행복한 공동체 달성 등과 같은 공동의 목표들이 나의 삶과 어떤 상관관계를 이루는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우리가 사는 도시 안에서 발생하는 중요한 문제가 무엇이고, 얽히고설킨 복잡한 상황을 어떻게 정의하며, 구체적인 실천 방안과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시스템적인 사고와 행동이 지금 이 순간에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서울, 지속가능한 도시 13위에 올라


오는 2045년이면 서울시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9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의 전체 인구는 1990년 1047만 명에서 2040년에는 9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므로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33%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출산율이 1명이 채 안 되는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도시로서 서울은 2045년에 경제적인 활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으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는 도시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2018년 세계적인 컨설팅 기관인 아카디스에서 사회적·환경적·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분석한 바에 의하면, 세계 최고의 지속가능한 도시는 런던, 스톡홀름, 에딘버러, 싱가포르, 비엔나 등이다. 서울은 13위를 차지했고, 대부분의 국내 도시는 지속가능한 도시의 범주에 들지 못한다. 


우리는 어떻게 서울을 세계적인 지속가능 도시로 만들 수 있을까? 국제 전기 통신 연합(ITU-T)에서는 스마트시티와 지속가능한 도시를 결합해 ‘지속가능 스마트시티’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개념과 정의만을 찾기보다는, 앞선 화재 참사를 둘러싼 문제점들을 되짚어보면서 사회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보다 차원 높게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견지해야 할 도시의 지속가능성의 요체가 포용성과 공공성, 창발성, 회복 탄력성으로 집약될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포용적인 도시는 ‘모든 사람이 재산, 성별, 연령, 인종, 종교에 상관없이 도시가 제공해야 할 기회들에 생산적이고 긍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장소’를 의미한다. 공공의 도시는 ‘도로, 공원, 학교, 상하수도, 전기통신 등의 기반시설이 물리적으로 잘 갖춰졌을 뿐만 아니라 각 도시 공간과 시설의 생산-점유-이용에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열린 도시’를 추구하며, 좋은 도시의 정치적 기반이 된다. 창발적 도시는 ‘유무형의 유산이 지역사회의 정체성과 발전에서 의미를 가지며, 근본적 자산으로서의 유산을 지닌 도시’로서 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움이 강조된 도시다. 또 회복 탄력적 도시는 ‘기후변화를 포함해 날로 증가하는 재해 위험을 경감하고 예방하는 노력뿐만 아니라, 도시가 재해재난의 충격 이후 물리적 복구, 경제적 회복, 사회적·심리적 안정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원래의 기능을 복원할 수 있는 도시’를 말한다. 



나의 존재 새겨볼 수 있는 삶의 공간


우리의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는 이와 같은 도시로 가꿔 나가는 과정이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도시를 단순히 시간의 흐름 속에 계속 존재하는 물리적 공간으로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각종 인프라와 자연적·물리적·사회적 환경 속에서 개인적인 자유와 삶의 권리를 누리는 것을 넘어 사회와 인류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즉 공동체간 공존을 위한 공동 목표를 추구하되, 도시는 나의 존재를 새겨볼 수 있는 삶의 공간으로서 의미를 가져야 하고, 우리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 ‘도시 인권에 관한 세계헌장’에서 강조한 바와 같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및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갖는 철학적 도시를 향한 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조대연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스마트시티 국가R&D 사업단장


출처: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1924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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